Page 47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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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각자의 몸에 묶인 마음은
그 몸 안에서만 유효하다
_ 장웅연
─ 거울에 비친 나는 내가 아니다. 나를 빙자한 껍데기
이며 나를 사칭하고 다니는 욕심이다. 나를 억누르는 한계
인 동시에 나처럼 보이는 그림자다. 결국 그게 나여선, 희망
이 없다. 마찬가지로 깨달음은 그 ‘깨달음’이란 걸 부숴버린
자리에서 싹튼다. 그리고 산산이 조각난 깨달음을 지르밟으
며 걷는 길에서 오래 머문다. 깨달음은, 붉다.
【제9칙】
남전이 고양이를 베다(南泉斬猫, 남전참묘)
어느 날 남전의 회상(會上)에서 동서 (東西) 양당의 대중이
고양이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남전이 고양이를 들어 올
리고는 “바로 이르지 않으면 베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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