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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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겠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자리가 깨달음이라는 것. 그만큼
                 깨달음은 별것 아니라는 것. 별것도 아닌 것에 갖은 별꼴을
                 부리며 별것도 아닌 것이 되지 말라는 것. 한바탕 잔치는 끝

                 났으니 다들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 발 씻고 드러누워 잠이
                 나 청하라는 것. 마음을 잠그라는 것. 잠깐이나마.


                   【제10칙】

                   오대산의 노파(臺山婆子, 대산파자)

                   오대산 길목에 한 노파(老婆)가 있었다. 어떤 승려가 “오대
                   산 가는 길이 어니냐.”고 물었다. 노파는 “곧장 가라.”고 일

                   러줬다. 승려가 떠나자마자 노파는 탄식했다. “멀쩡한 스
                   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또 한 승려가 이 사실을 조주
                   에게 고했다. 조주는 “감정해줄 터이니 잠시만 기다리라.”
                   며 뜸을 들였다. 다음날 조주가 법좌에 올라 말했다. “내

                   그대를 위한 감정을 끝마쳤다.”


                   한국의 오대산은 강원도에 있고 중국의 오대산은 산시성
                 [山西省]에 있다. 문수보살의 성지로 유명하다. 몽골 티베트

                 계열의 라마교가 성한데, 선종 사찰도 간혹 보인다. 곧 승려
                 가 묻고 있는 ‘오대산 가는 길’이란 진리를 상징한다. 아울러
                 노파는 수행자의 잘못을 바로잡는 ‘멘토’로서 선어록에 종
                 종 등장한다. 어느 노승의 위선에 분노해 그가 기거하던 암

                 자를 불태워버렸다는 파자소암(婆子燒庵)이 비근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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