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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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칙】
운문의 두 가지 병(雲門兩病, 운문양병)
운문 대사가 말했다. “확실하게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병이 있어서이니, 도통 어리석어서 눈앞에 어떤 물건
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그 하나요, 설령 공(空)의 경지에
이르렀어도 때때로 물건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
이 또 하나의 문제다. 아울러 법신 (法身)에도 두 가지 병통
이 있으니 먼저 법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이제는 법신에
집착하는 경우다. 물론 법신의 경지마저 초월했다 하더라
도 법신을 놓아버리면 그것 또한 옳지 못하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공(空)과 동일한 맥락이며 견성성
불(見性成佛)의 전제다. 애당초 아무 것도 없었음을 알 때 마
음도 편안해지고 부처도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물건’이란 대
상세계 전체를 의미한다. 만물은 존재하기에 앞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다. 실체 이전에 환상이다.
또한 아무 것도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보다 못났다
고 거들먹거리거나 나보다 잘났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
는 것이다. 이렇듯 삼라만상과 세상만사가 결국엔 마음놀음
이다. 제아무리 소란스럽고 뻑적지근해도 오십보백보이며 도
토리 키 재기다. 이를 깨우치면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러나 마음놀음이란 생각 역시 마음놀음이다. 아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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