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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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도 집착이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도 얽매임이다. 운문의 말대로 이래도 병이고 저
래도 병이다. 끊임없이 동하고 혹하고 들썩이다가 이지러지
는 게 마음의 필연적인 본성이다. 육신으로 살다가 골병이
들든, 법신으로 살다가 화병이 나든 매한가지다.
끝내는 인생 자체가 환란이거나 최소한 폭풍전야인 셈이
다. 관건은 그때그때의 인연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감내하는
일이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금강경』의 응무
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住 以生其心)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잠
언이자 ‘부처님’보다 값진 보배다.
병든 몸으로 너무 멀리 가거나 너무 늦게까지 나다니지
말 것.
장웅연(張熊硯)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
서 일하고 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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