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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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정황상 “곧장 가라.”던 노파의 말은 거짓으로 짐작
된다. 앞길 창창했던 스님은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탓
에 골로 보내졌다. 행여 제대로 찾아갔다손 그것은 노파의
오대산일 따름이다. ‘그림의 떡’에 군침을 흘린 격. 마음의
길은 외길이어서 오로지 그 마음만이 걸어갈 수 있다. 묻는
순간 함정이고 기대는 순간 벼랑이다.
천성부전 (千聖不傳)이라고 했다. ‘천 명의 성인 (聖人)이 있더
라도 깨달음을 전해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불법 (佛法)
의 구극(究極)은 오직 체험의 영역에 속한다. 하물며 불조(佛
祖)라도 대신 가르쳐주는 건 불가능하다. 누군가 나의 아픔
을 위로할 순 있어도 대속하지는 못하는 이치와 같다. 떼죽
음은 겉으로 보거나 제3자가 보기에나 떼죽음이지, 당사자
에겐 외로운 죽음이고 절대적인 죽음이다.
48 고경 20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