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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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은 초파일 등을 준비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연등
을 큰절에서 가져옵니까?” “그 행자 초파일이 되게 기다려
지는 모양이네요. 여기는 암자인데 어떻게 큰절 등을 가져온
다는 발상을 다 할 수 있소? 백련암은 초파일 등을 달지 않
아요!”
원주스님의 날카로운 대답에 스님은 잠시 무안했다. 나중
에 알고 보니 성철 스님은 “내가 해인총림 방장인데, 백련암
에 등을 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백련암에 초
파일 등을 달고 싶다는 신도는 다 큰절로 내려 보내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물론 등을 다는 것보다 마음을 밝히
는 일에 더 관심을 갖길 바라는 성철 스님의 숨은 뜻도 있었
을 것이다. 지금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해인사에 들렀다가
등을 달기 위해 백련암에 올라오는 불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에 대한 말씀을 듣던 중 성철 스님이 내렸던
법어 중 불자들이 한 번 더 읽었으면 하는 것을 추천해 달라
고 원택 스님에게 요청했다. 성철 스님은 생전 주옥같은 한
글법어를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글법어 역시 원택 스님
의 건의에 의해 시작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 선생은 ‘자기를 바로 봅
시다’를 읽고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고 저한테 여러 번 얘기
했습니다.
특히나 최 선생은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
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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