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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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燈)보다 철쭉?! 백련암의 5월
                   기념관 불사 회향법회가 끝난 뒤, 이번에는 백련암으로 향
                 했다. 5월의 가야산은 초록의 중중무진 (重重無盡) 세계 그

                 자체다. 해인사가 가까워질수록 세상을 밝혀주는 등(燈)의
                 숫자도 많아졌다.
                   숲에 취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백련암은
                 등이 아닌 철쭉 천지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보란 듯이 서로

                 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큰스님께서 환갑을 지나시면서 꽃과 나무에 관심을 보이
                 셨어요. 모란, 작약은 물론 철쭉도 좋아하셨습니다. 큰스님
                 열반하시기 몇 년 전에 철쭉을 심었는데, 덕분에 이제는 백

                 련암을 참배하는 사람들 눈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하하.”
                   원택 스님은 철쭉 사이사이의 텃밭에 심어진 고추와 가지
                 모종을 보면서 “처음 백련암에 왔을 때 일을 할 줄 몰라 큰
                 스님께 맨날 쥐어터지던 기억이 다시 난다.”며 웃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백련암에는 5월의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연등이 하나도 없다. 화려한 연등을 보다가 백
                 련암에 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스님은 출가 초기의 일화를 들려줬다.

                   백련암 출가 후 첫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서 스님은 걱
                 정 아닌 걱정이 앞섰다. 발을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느라 경황
                 이 없는 중에 어떻게 초파일을 보내야할지 마음은 더 초조
                 해졌다. 그런데 백련암은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와도 오히려

                 조용했다. 사정이 궁금해진 스님은 원주스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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