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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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성철 스님은 몸소 그렇게 수행하신 분으로 유명하다. 스
                 님은 팔공산 성전암에서 수행하실 때 암자 주변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몰두했다. 해인사 방장과

                 종정이 된 이후에도 결코 절을 떠나지 않고 평생 그와 같은
                 수행처를 지켰다.


                   조용한 곳만 고집하면 고적병에 걸린다

                   그렇다면 수행을 하려면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
                 아가 은둔적 생활을 해야만 되는 것일까? 만약 수행이 이와
                 같은 장소의 문제가 전제되어야 한다면 수행은 극히 소수의
                 영역이 되고 말 것이다.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고요한 장

                 소로 찾아가거나 그런 장소를 직접 만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행자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수행할 토
                 굴부터 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행을 장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만해

                 스님은 다음과 같이 꼬집고 있다. “옛사람들은 그 마음을
                 고요하게 가졌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 처소를 고요하게 가
                 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그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여 번뇌를 잠들게 하는 것이 수행의 요
                 체인데 조용한 장소만을 고집하고, 마음이 육진 경계에 물
                 들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을 수행으
                 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만해 스님도 초심자에게는 조

                 용한 수행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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