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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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몸과 자연이 둘이 아니기에 평화로운 장소에 가면 몸도
안정되고 마음도 평화로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풍수지리를
따지고 명당자리를 찾는 이유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행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복잡한 상황
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본이다. 천태지자 대사의 수행지침서
인 『마하지관』에는 수행을 위한 25가지 방편이 설명되고 있
다. 그 중에 ‘구오연 (具五緣)’ 장에는 수행을 위해 갖추어야
할 5가지 조건을 다루고 있는데, 수행 장소와 관련한 내용
은 ‘한거정처 (閑居靜處)’이다. 수행을 위해서는 한가롭고 고요
한 장소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원효 스님의 말
씀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발심수행장』에 따르면 “푸
른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는 수행자가 사는 곳[碧松深
谷 行者所棲]”이라고 했다. 수행처에 대한 이런 전통은 불교가
등장하기 전에 성립된 우파니샤드 문헌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성철 스님도 장부경전에서 이런 맥락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즉, “모든 부처님께서는 숲속에서 고독하고 멀리 떨어
진 처소를 좋아하여 적정하고 청한(淸閑)하여 선사삼매에
적합한 처소를 택하여 머무신 것”이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은 인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고요
하고 한적한 숲을 좋아하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성철 스님은 “성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분주함을 피해서 조용한 곳을 택해
선사삼매에 적합한 처소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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