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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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
여 뽕나무 위에 살고 있던 누에고치를 주워 모아 옷으로 충
당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이왕 입을 바에는
비단 옷을 입자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옷이 필요 없는 사람
까지 비단 옷을 입도록 만드는 것이 인간세계의 경쟁심이다.
천상세계, 인간세계, 축생세계
『보림전』 권3에는 옷을 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을 3등
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상인 (最上人)은 몸에 광채가 나고, 말을 잘하며, 생각
만 하면 의복이 저절로 몸에 둘러졌다.[所念 衣服 而能自資] 중
등인 (中等人)은 필요한 의복을 스스로 구해야 했다.[自求衣服]
최하인 (最下人)은 몸의 형상이 말처럼 생겨 ‘마인(馬人)’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주운 옷을 입어야 했다.[拾..將充衣服]”
천상세계는 생각만 하면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
며, 인간세계는 자기 힘으로 생활용품을 구해야 하며, 축생
세계는 남이 주는 것으로만 살아야 된다고 했던가?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세계 안에서도 상중하인 (上中下人)은 있기 마
련이다.
원철 스님 해인사승가대학장이며,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해인사, 은해
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의 연구・번역・강의로 고전의 현대화에 일
조하면서, 일간지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로서 주변과 소통하고 있다.『집
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않다』외에 몇 권의 산문집과 번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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