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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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어디까지나 경계에 휘둘리는 초심자의 경우이고 장소가
                 수행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철 스님도 수행에서 장소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수행

                 을 위해 조용한 장소만을 고집한다면 ‘고적병 (孤寂病)’에 걸
                 린다는 경책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번뇌를 가라앉히고 삼매
                 에 들 생각은 않고 좋은 장소만 찾아다닌다면 그것 때문에
                 오히려 삶이 분주해지고 새로운 번뇌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요한 장소만을 추구하는 고적병에 걸리면 수행은
                 커녕 오히려 사람을 버리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만해 스님이나 성철 스님이나 수행처에 대한 견해는 한적
                 하고 조용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삼매에 들고, 번뇌를 잠재우기 위함이지 장소 자
                 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에는 일치하고 있다. 다행히도 불교
                 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좋은 선방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그런 곳에 수행처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행

                 장소가 좋다 할지라도 그곳에 발심한 수행자가 없고, 그곳
                 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순일하고 삼매에 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삶을 번거롭게 하는 또 다른 번뇌일 뿐이다.
                   그래서 육조 스님은 수행한다고 조용히 앉아만 있는 수

                 행자를 보면 몽둥이로 혼쭐을 냈다고 한다. 『육조단경』에는
                 “만약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사리불과 같
                 이 숲 속에서 좌선하고 있다가 도리어 유마의 꾸짖음을 당
                 하리라.”고 했다. 조용한 장소를 고집하고, 앉아 있는 것만을

                 수행이라 한다면 사리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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