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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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다고 그런 곳만을 수행처로 고집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
다. “분주한 곳에서도 공부가 잘되면 고요하고 분주한 분별
도 없어진다. 그 사람에게는 어느 곳이나 고요한 곳일 뿐”이
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쉬면 시장 가운데 있어도 산
중과 같이 고요하고, 아무리 깊은 산중에서 혼자 토굴을 파
고 들어앉아 있더라도 마음을 쉬지 못하면 저잣거리 가운데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행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쉬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스님은 “참으로 고요한 곳은 마음을 쉬는
데 있고, 발심 (發心)에 있다.”고 했다. 마음을 쉬지 못하면 아
무리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수행처를 마련한다고 할지라도
소용없다. 수행처는 공부에 도움은 되지만 그것이 공부를
시켜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중생의 삶이 고해를 떠다니고, 우리들의 몸이 복잡
한 사회에 머물고 있다 할지라도 매 순간순간 마음이 경계
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곳이 바로 수행처가 될 수 있다. 장소
에 집착하지 않고 수행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가는 곳
마다 수행처 아닌 곳이 없다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은 있는
곳마다 모두 한 가지[悟人在處一般]”라는 『육조단경』의 가르
침도 이를 두고 하는 말씀일 것이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50 고경 20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