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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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나’라는 것, 나를 향한 비난도 한낱 말일 뿐이니 연연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무엇보다 누가 뭐라건 간에 인생은 누
                 구에게나 소중하다는 것 등등. 수행의 궁극적 목표는 ‘말’에

                 현혹되거나 ‘말’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이다.


                   【제15칙】

                   앙산이 가래를 꽂다(仰山揷鍬, 앙산삽초)


                   위산영우( 潙山靈祐)가 앙산혜적(仰山慧寂)에게 물었다. “어
                   디서 오는가?” “밭에서 옵니다.” 위산이 다시 물었다. “밭
                   에는 몇 사람이나 있던가?” 앙산이 땅바닥에 가래를 꽂고

                   는 합장하고 섰다. 이에 위산이 떠보았다. “남산에선 많은
                   사람들이 띠를 깎더구나.” 앙산은 가래를 뽑아들고 가버
                   렸다.



                   앙산은 위산의 법을 이었다. 출가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자를 만큼 용맹하고 다부졌다. 스스로 부처이고 원래부터
                 부처이며 죽어도 부처라고 믿었던 대장부다. 점수(漸修)를 이
                 야기하는 자는 크게 꾸짖거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스승의

                 물음은 제자의 확신에 흠집을 입히려는 수작으로 풀이된다.
                 싸움의 결과는 아랫사람의 완승이었다.
                   밭은 ‘마음 밭’을 뜻한다. 땅에서 만물이 생장하듯이, 마
                 음에서 일체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비유한 심전 (心田)이

                 다. 그리고 심전은 공(空)해야 한다. 메마르고 황량하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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