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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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장경은 옳지만 그대는 옳지 않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인 것은 끝내 무너지고 만다.”
‘승상’은 옛 스님들이 앉거나 누웠던 노끈 방석을 가리킨
다. ‘석장’은 긴 막대기 끝에 쇠고리를 건 지팡이. 지장보살의
석장엔 여섯 개의 쇠고리가 달려서 육환장(六環杖)이다. 마
곡의 행위는 ‘삼계(三界)가 일심(一心)에서 나온다’는 불교의
이론을 몸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세상
만사가 마음놀음이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충분히 온당한 메시지이고 그러니 장경은 옳다고 해줬
다. 이에 반해 남전은 동일한 몸놀림에 어깃장을 놓았다. 다
만 나름의 해명을 대며, 자신의 딴죽엔 악감정이 실리지 않
았음을 분명히 했다. ‘바람’은 인연을 의미하며, 인연에 의해
생겨난 것은 인연이 다 하면 반드시 사라지는 법이다. 그럼
에도 장경의 칭찬이란 ‘바람’에 들뜬 마곡은, 바람에 얽매여
‘자랑질’에 나섰고 기어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임팩트를
반감시켰다.
선사들은 ‘재탕’을 극도로 싫어한다. 앞선 생각에 집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于念而
不念]’ 인간을, 가장 행복한 인간으로 쳐줬다. 또한 같은 맥락
에서 마곡 역시 그다지 상심할 필요가 없다. ‘틀림’이란, 생
각 한번 고쳐먹으면 사라질 흔적에 지나지 않으며, 엄밀히
이야기하면 남전의 ‘틀림’이지 마곡의 ‘틀림’은 아닌 덕분이
다. 과거는 훌훌 털고, 남이 지은 업은 남이 받도록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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