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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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마음 밭이 최고의 마음 밭이
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를 묻는 질문은, 마음에 거치
적거리는 게 있는지를 캐기 위한 점검이다. 이에 앙산은 ‘삽
초’로써 자신의 무념 (無念)이 얼마나 강견한지를 고했다. ‘그
입 닥치라’는 말의 육화(肉化)이기도 하다. 합장은 사실, 주먹
감자다.
패배가 무척이나 아쉬웠는지, 위산은 게임이 끝났음에도
한 번 더 태클을 걸었다. ‘띠’는 무덤가에 나는 잡초이며, 본
칙 (本則)의 평창(評唱)에는 “띠를 깎는 것은 신하와 아들 쪽
의 일”이라고 적혔다. 나는 어중이떠중이의 일상으로 읽었
다. 곧 위산은 ‘끼리끼리 모여 이익을 가르고 수다나 떠는
삶’의 보편성을 들이밀며 앙산의 타락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
다.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었던 앙산의 선택은 도망이었다.
어차피 우승컵은 그의 몫이다.
【제16칙】
마곡이 지팡이를 흔들다(麻谷振錫, 마곡진석)
마곡보철(麻谷寶徹)이 장경회휘(章敬懷暉)에게 갔다. 승상
(繩狀)을 세 바퀴 돈 뒤에, 들고 있던 석장(錫杖)을 한 번
굴려 세우고는 우뚝 섰다. 이에 장경은 “옳다, 옳다” 하였
다. 이후 남전보원(南泉普願)에게 가서 똑같은 ‘쇼’를 보여
줬는데, 남전은 “틀렸다, 틀렸다” 하였다. 마곡이 남전에게
따졌다. “장경 스님은 옳다 했는데 왜 스님은 틀렸다 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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