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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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물고기가 넋을 잃는 바람에 펄에 처박혔고(浸魚), 날갯짓
                을 멈춘 새는 모래밭의 추락(落雁)을 면치 못했다. 광고나 영
                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이 빠진 총각이 전봇대에 부

                딪치거나 맨홀에 빠지는 장면보다도 그 묘사실력이 한 등급
                위라고 하겠다.
                  남자인 항우(項羽)에 대한 씩씩함을 ‘힘은 산을 뽑고 기상
                은 세상을 뒤덮을 만하다(力拔山氣蓋世)’고 했으니 이 역시 여

                성미의 과장수준을 능가한다. 그런데 이 말은 남자가 남자를
                칭찬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다. 어쨌거나 과장법
                은 탓할 일은 아니다. 뭐든지 부풀려야 제대로 실감하는 것이
                일반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문학과 예술작품

                은 과장법을 전제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 찬탄, 스승에 대한 공경
                  과장법은 종교경전이 그 원조라고 할 것이다. 동양의 고전

                인 『논어』와 『화엄경』 속에서 칭찬언어를 찾는 것은 별로 어
                려운 일이 아니다.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는 안회 (顔回, BC 521~
                BC 490)는 스승을 이렇게 찬탄했다.

                  “우러러 보면 더욱 높고, 파고들면 더욱 견고하고, 바라보면
                앞에 있는 듯하다가 어느새 뒤에 계시고 …… 아무리 따르려
                고 해도 따를 수가 없으니, 마치 끝없는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포기하고 마는……”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질세라 보현 (普賢) 보살은 당신의 스승을 능력이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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