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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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침과 도거의 대처
                  먼저, 화두 참선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이 혼
                침과 도거입니다. 혼침(昏沈)이란 마음이 흐리멍덩하거나 몽

                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좌선하는데, 화두가 되지 않고 의식이
                몽롱해지면 잠이 바로 옵니다. 화두 공부가 안 되고 마냥 졸
                립기만 합니다. 그럼 시간이 잘 갑니다. 참선을 처음 시작하
                는 초심자들이 이 혼침에 빠지면 앉기만 하면 졸거나 잡니다.

                안거 기간에 선방에서 혼침에 익숙해지면 한 철 자다가 시간
                을 다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공부가 되지 않은 채 시간
                만 허비하는 겁니다. 이렇게 10년을 선방에서 보낸들 무슨 이
                익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옛날 선지식이 계실 때는 졸면 죽비

                로 경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죽비로 경책하는 선방도 많
                지 않습니다. 어쨌든 혼침은 무서운 것입니다.
                  혼침은 몸이 피곤하거나 약할 때 쉽게 옵니다. 몸이 많이
                피로한 상태에서 좌선하는 경우 화두를 놓고 잠깐 자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합니다. 5분 이상 졸면 안 되지만, 잠깐 피로를
                풀고 의식을 맑게 해서 화두를 또렷또렷하게 챙겨 가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합니다. 이것도 습관이 되면 안 됩니다. 혼침과
                졸음을 예방하려면 평소 잠을 적당히 자야 합니다. 물론 용

                맹정진 기간이나 화두 일념이 되어 밀어 붙일 때는 잠도 자지
                않아야 하지만, 평상시에는 적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합
                니다. 또, 과식해서 배가 부르거나 탁한 음식을 먹어 소화가
                더디게 되면 혈액 순환이 안 되어 뇌에 산소 공급이 줄어 혼

                침이 옵니다. 그래서 식사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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