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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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당부와 같은 맥락이다.
                  “제 아무리 일초직입해서 크게 깨쳤다고 해도 숙면일여가
                안 된다면 그것은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쓸데없는

                망상이고 망념의 근본이니 아무 소용없는 것입니다. 근기에
                따라서 삼단(三段)을 다 밟아 가는 사람도 있고, 한 번에 뛰
                어 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잠 꽉 들은 숙면에서도 일여한
                가, 그것이 근본입니다.”

                  사람들은 오전 정진을 마치고 예불을 올린 뒤 공양을 하
                고 잠시 쉬었다 다시 좌복 위에 앉았다. 졸릴 만도 하지만 어
                느 누구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대중들의 동의를 구하고 사
                진을 찍으며 선원 구석구석을 살피다 성철 스님의 경책 글이

                눈에 들어왔다. 8년간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뒤이은 10년의
                동구불출(洞口不出), 그리고 평생 공부만을 위해 살았던 성철
                스님의 제자들답게 고심정사 대중들의 동안거는 해를 넘겨서
                도 계속되고 있다. 선방 문을 닫고 나오는 내내 성철 스님의

                ‘참선수행자에게 내린 경책 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현세는 잠깐이요, 미래는 영원하다. 잠깐인 현세의 환몽
                    에 사로잡혀 미래의 영원한 행복을 잃게 되면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은 없다. 만사를 다 버리고 오직 정진에만 힘쓸
                    지어다. 화두를 확철히 깨치면 미래겁이 다하도록 자유자
                    재한 대행복을 얻느니라. 깨치지 못하고 무한히 연속되는
                    생사고를 받을 적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신

                    명을 돌보지 말고 부지런히 참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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