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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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응 스님의 주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깨
                 달음은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대목이다. 스님은 “깨달
                 음은 이해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설법, 토론, 대화를 통해 얻

                 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깨달음은 말을 떠난 언어도
                 단(言語道斷)의 세계이며, 마음의 작용이 사라진 심행처멸(心
                 行處滅)의 경지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필자에
                 게 이런 주장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선가의 전통적 입장이나 현대를 대표하는 수행
                 자였던 성철 스님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영가현각 스님의
                 말씀을 눈여겨 볼 만하다. 스님은 『증도가』에서 “법의 재물
                 을 덜고 공덕을 없애는 것은 심의식 (心意識)을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선문에서는 마음을 물리치고 생겨남이
                 없는 지견의 힘에 단박에 들어간다.”고 했다. 영가 스님은 심
                 의식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작용은 깨달음이 아니라 깨달음
                 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따라서 설법을 열심히 듣고

                 ‘잘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인식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마
                 음의 작용을 물리치는 것 (却心)’이 선문(禪門)의 요체라는 것
                 이다.
                   이 대목에서 성철 스님은 ‘물리쳐야 하는 마음(心)’은 단지

                 이해하는 등의 인식작용뿐만 아니라 마음을 구성하는 8식
                 전체라고 보았다. 이 말은 깨달음이란 잘 이해함과 같은 6식
                 의 작용을 넘어서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의 마음 저 깊은 곳에 있으면서 “자성을 깨치는

                 데에 근본적으로 방해되는 아뢰야식부터 뿌리를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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