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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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해탈을 이야기할 때는 이와 같은 표피적 인식의 전환이 아
                 니라 근원적 무명을 밝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잘 이해 함’이 깨달음이라는 주장은 제8아뢰

                 야식의 단계로 내려가 근본무명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성철
                 스님의 구경각(究竟覺) 설과는 서로 상반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깨달음이 ‘잘 이해하는 것’이라면 굳이 아뢰야식을 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근본무명에 대해 고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잘 이해함’이 깨달음이라는 것은 8식설과 같
                 은 마음에 대한 교설을 부정하고, 생사윤회로부터의 해탈이
                 라는 불교의 기본적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구경각만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잘 이해함’과 구경각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
                 의 작동원리를 응용해 볼 수 있다. 컴퓨터의 메모리는 크게
                 ROM과 RAM으로 구분되어 있다. ROM은 컴퓨터가 만들어

                 진 이후 켤 때마다 변함없이 작동하는 BIOS 정보를 담고 있
                 고, RAM은 컴퓨터가 작동할 때 구동되는 응용프로그램의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다. ROM에 저장된 BIOS라는 정보는
                 가장 하위 단위에서 컴퓨터의 모든 조작을 관장하지만 사용

                 자 환경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RAM은 사용자가 모니터
                 에서 확인하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의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
                 에 가장 구체적인 정보처럼 보인다. 하지만 RAM에 담긴 정보
                 는 컴퓨터의 본질적 구동영역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전원을

                 끄는 순간 모든 정보는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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