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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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는 사람의 외면과 역사의 흥망과 일의 득실을 비춰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거울들은 실제 현실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불교의 연수
스님이 제시하는 ‘거울’은 어떤 것인가? 스님은 단적으로 ‘마
음의 거울’을 제시하는데, 이 거울의 다른 이름이 바로 ‘종경
(宗鏡)’이다.
지금은 마음을 거울로 삼으니 법계 (法界)를 비출 수 있다.
또 보통 거울은 단지 외형만 비추고 마음은 비추지 못하
며, 단지 생멸의 세계만 비추고 무생 (無生)의 세계는 비추
지 못하며, 단지 세간만 비추고 출세간은 비추지 못하며,
형태 있는 것만 비추고 형태 없는 것은 비추지 못한다. 그
러나 저 마음의 거울은 본성의 경지를 꿰뚫고, 마음의 근
원을 철저히 비추고, 무생을 두루 깨닫고, 진제(眞諦)와
속제 (俗諦)에 널리 통한다.
이는 『종경록』에서 연수 스님이 그냥 거울과 ‘마음의 거울’
이 비추는 범위와 작용의 차이를 설명한 내용이다. 일단 마
음의 거울은 비추는 대상의 크기가 한정이 없다. 마음 거울
로 비추는 ‘법계’라는 것은 세계의 모든 것을 총칭하는 말이
므로, 앞에서 말한 사람의 외형, 역사의 흥망, 일의 득실 등의
생멸의 세계를 비출 뿐 아니라 생멸이 없는 깨달음의 세계까
지도 비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거
울은 유가적인 사회 규범까지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거울이
2016. 01.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