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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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기웃거리지 않는 자리가 정법(正法)이다. 아, 드디어 나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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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7칙

                  엄양의 한 물건(嚴陽一物, 엄양일물)


                    엄양 존자가 조주종심(趙洲從諗)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내려놓아라(放下着, 방하착).”
                    “아무 것도 없다니까요.”

                    “그렇다면 짊어지고 가거라.”

                  아무 것도 없다는 그 마음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없다는 생각도, 망념이다. 없어질까 불안해하게 되고, 있었던

                때를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무심 (無心)이 이뤄지면 특별한 가
                르침을 받아야할 필요마저 없어진다.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된다.
                  삶의 길은 살아있는 한 계속된다. 어디로든 이어지고 어떻

                게든 살아진다. 길을 잃었다 해서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
                다. 길을 잘못 들었다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니다. ‘방하착’은 표
                표히 걸어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무슨 의태어 같다. 방하착,
                방하착, 방하착,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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