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P. 49
다양한 수행 체계들 가운데는 우리가 일과로 행하는 108
배, 능엄주 등이 있고, 1년에 네 번 행하는 아비라 기도가 있
다. 필자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겨울 백련암에서 4박 5
일간 아비라 기도에 동참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가 바로 필자
가 백련암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시기였다. 당시 원통전
뒷방에서 장궤합장 하고서 법신진언을 불렀는데, 몸은 꼼짝
도 할 수 없는데다 마음은 전혀 집중이 안 되어 애꿎은 벽지
무늬만 열심히 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후 10여 년이 지
나 아비라 기도에 몇 번 더 동참했을 때는 벽지 무늬나 무릎
의 통증보다는 진언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다. 다만 30분간 집중하다가도 ‘탁’하는 죽비 소리 한 번에
마음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 일쑤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백련암에서는 절하거나 능엄주를 독송
하거나 아비라 기도를 할 때,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
지 않았던 것 같다. 설명이 친절하다고 해서 실제의 기도가
더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
해서 부르는 부처님의 명호와 진언이 이 세계의 실상과 맞닿
아 있는 어떤 신호라고 본다면, 우리는 그것에 보다 적극적으
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수 스님이 줄곧 제
시해온 만법과 근원의 관계는 우리가 거듭 곱씹어 볼 만한
소재일 것이다.
박인석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
교전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6. 08.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