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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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낸다. 배포가 좁으면 배 아플 일도 적다. 진정 안심(安心)
을 바란다면 무심(無心)을 이뤄야 한다. 말과 밥과 생각을 줄
이는 연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무엇보다 마음을 열어야, 마음
에 물꼬를 터줘야 욕심이 빠져나간다. 남을 위한 일이 곧 나
를 위한 일이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이걸 알았다. 머쓱하고
조금은 즐겁다.
요즘은 호흡을 가지고 논다. 아랫배 깊숙이 숨을 불어넣었
다가 천천히 뱉는다. 마음이 일어나거나 분노가 꿈틀거릴 때
마다 이러고 다닌다. 때로는 ‘옴마니반메’하고 들이마시고 ‘훔’
하고 내쉰다. 버릇이 한숨이었는데, 이 녀석이 이제는 잘 나
타나지 않는다. 어차피 죽기 전까지는, 삶이란 내 몫이 아니
다. 웬만하면 흐르려 한다.
보리달마의 사행 (四行)이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보원
행 (報怨行). 원한을 갚는 삶. 세상살이가 결국은 무언가를 일
정하게 먹고 빼앗고 신세지는 일이니,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 억울해 할 것은 없다. 모두가 지은 만큼 받는다. 수연행
(隨緣行). 인연을 따르는 삶. 목숨을 앞당겨 끝내지 않으려 한
다. 무소구행 (無所求行). 특별히 바라지 않는 삶. 반년 동안 빠
져나간 16kg의 분노와 미련이 증명한다. 칭법행 (稱法行). 그리
하여 법이라 부를 만한, 법이라 불러도 되는 삶. ‘이념’이 아니
라, ‘약자’가 아니라, 붓다는 ‘사실’을 볼 것을 강조했다. 나만
큼이, 고통이다.
달마는 “자기의 본성을 꿰뚫어보면 그대로 부처”라고 말했
다. 열심히, 나만 본다. 세속의 시비에 들뜨지 않고 남의 허물
2016. 0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