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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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외도이자 마구니라고 엄격하게
                경계했다. 일체가 원융무애하게 소통한다는 것은 근본무명이
                끊어지고 중도실상을 증득한 지평의 풍광이지 무명에 싸여

                있는 중생의 안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상을 보지 못하고, 중도를 깨닫지 못한 중생은 여전히 상
                대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상대 유한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사
                람이 번뇌와 보리가 같다고 말하고,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

                니라고 말하며, 중생의 삶을 부처의 삶으로 알고 안주한다
                면 무명을 더할 뿐이다. 눈 뜬 사람은 앉아도 광명이고 서도
                광명이므로 선과 악, 번뇌와 보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눈이 캄캄한 사람이 아무리 눈 뜬 사람 흉내를 내봐야 앉아

                도 넘어지고 서도 넘어질 일밖에 없다.”는 것이 성철 스님의
                준엄한 경책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공의 세계, 실상의 세계가 절대
                무한이고 선악을 넘어선 무별의 세계라고 해서 절대지관만이

                최고이고, 상대지관은 소용없다고 보는 견해에 빠지지 않도
                록 해야 한다. 상대유한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 원돈의 세계에
                노니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대유한의 경
                계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악행은 삼가하고 선행을 실천해야

                하며, 번뇌를 제멸하고 보리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답이다.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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