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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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도 없음으로 번뇌와 고통으로 가득 찬 중생세간도 본
                 래 실체가 없다(無世間). 집착과 고통이라는 유전연기가 없다
                 면 소멸해야할 고통도 없다. 따라서 고를 소멸하는 수행의 길

                 도 없고, 고통이 사라진 열반의 세계도 따로 없다(無道無滅).
                 절대지관에서 보면 도의 실천을 통해 번뇌를 완전히 소멸하
                 고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환멸연기도 공하다. 이렇게 번뇌와
                 고가 사라지면 당연히 그 대척점에 있는 출세간이라는 개념

                 도 사라진다(無出世間).
                   원돈지관에서 보면 모든 존재는 하나같이 다 순일한 실상
                 이다. 실상 말고는 그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更無別法). 그
                 래서 선사들은 진리를 떠나서는 바늘 하나 세울 곳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모든 존재의 실상이 본래 고요하고, 법의 성품이
                 본래 고요한 것 (法性寂然)이 실상의 ‘멈춤[止]’이며, 항상 실상
                 을 비추고 있는 것 (寂而常照)이 원돈의 ‘관(名)’이라고 했다.
                   결국 천태는 번뇌와 보리를 대립적 관계로 놓고 수행을 통

                 해서 보리를 추구하는 것은 상대적 관점이며, 차별적 인식을
                 가진 중생을 위한 처방이라고 보았다. 원돈지관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수행의 궁극적 종착점은 대자유의 세계, 존재의 실
                 상에 대한 통찰로 이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절대지관에서는 “선행과 악행, 생사와 열반이 모두 원융무
                 애”하며, “천 가지 경계와 만 가지 차별이 전부 중도 아닌 것
                 이 없다.”고 설명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절대의 세계,
                 원돈의 경지이지 중생의 경계는 아니다. 따라서 성철 스님은

                 중도실상을 모르면서 번뇌와 보리가 하나이며, 세간과 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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