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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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한 관련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선사가 살았던 시대는 중
국 역사 가운데서도 전란으로 인한 혼란이 극심한 때였다. 5
대 10국이라는 명칭에서도 보이듯, 당이 멸망한 907년부터
송이 건립된 960년까지 6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중국에
는 크고 작은 10여 개의 나라들이 흥망을 거듭하였다.
전란의 시기와 맞물려 중국의 불교 역시 수많은 스님들이
환속당하고 많은 사찰과 불교전적들이 소실되었지만, 유독
연수 선사가 활동했던 오월국(吳越國)은 튼튼한 경제력을 바
탕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고 불교를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이
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의 스님들이 남쪽의 오월국으
로 몰려들었고, 그와 동시에 많은 불전 역시 함께 전해지게
되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수많은 경전들이 사라질 절체
절명의 위기 속에서 연수 선사는 그 말씀들을 보존하는 데
진력을 다했던 것 같다. 선사의 이런 노력으로 인해 오늘날
전혀 전해지지 않는 책들의 내용이 『종경록』 속에 많이 나오
고 있고, 이는 많은 학자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그러면 유식학의 내용은 어떤 측면에서 강조되었는가? 이
를 알 수 있는 문구가 『명추회요』의 365쪽에 나온다.
만약 먼저 진찰하여 병의 원인을 알아보지 않는다면 어
떻게 처방전에 따라 묘약을 줄 수 있겠는가.
유식학은 법상종(法相宗)이라고도 불리는데, 일체 만법의
생성과 소멸의 현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점에서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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