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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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인명학과 관련된 문답(395쪽)에 잘 나타난다.
【물음】 지금 종지를 이야기하고 자성(自性)을 드러
내는데, 무엇 때문에 3지비량(三支比量)의 문장을 자세히
인용하는가?
【답함】 모든 부처님들은 법을 설할 때 오히려 속제
(俗諦)에 의지하였는데, 하물며 3지비량은 그 이치가 5명
(五明)을 관통하여 유(有)를 부수고 공(空)을 세우는 것을
종(宗)으로 삼고, 언어를 일으키고 지혜로 요달하는 것을
체로 삼아 범부와 소승의 잘못된 집착을 꺾고, 불법 (佛
法)의 강종(綱宗)을 정립하였으니, 어찌 의지하지 않겠는
가. 그러므로 가르침은 지혜가 없으면 원만하지 못하고,
재목(材木)은 먹줄이 아니면 곧아지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자내증(自內證)의 진리는 언어도단(言語
道斷)이어서 말로는 전해질 수 없지만, 또한 말이 아니고서는
그것을 가리킬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말을 통해 법을 설하게
된 것이다. 기왕 말을 가지고 법을 설하고 토론을 벌인다면
그 말은 이치에 맞아야 하는 법이다. 이치에 맞는 한마디 말
이 사람의 지혜를 열리게 한다는 점에서 보면, 선사의 말씀은
매우 귀담아 들을 만하다.
박인석 ●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
교전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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