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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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수 선사가 지닌 유식학에 대한 견해는 현장, 규기
스님과는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정통 유식학에서는 보다 엄
격한 학문적 태도에 입각하여 우리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를 먼저 정한 뒤 논의를 전개하므로, 주로 생멸하는 현상
의 모습을 기술하는 데 집중한 반면, 연수 선사는 생멸하지
않는 지점, 곧 불생불멸의 심성을 근저에 두고 유식학의 논의
를 수용하는 것이다. 연수 선사의 이런 견해는 명·청 시기 중
국 고승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1800년대 들어 중국의 학
자들이 직접 일본에 가서 유식학의 주석서를 구해오기 전까
지 중국 불교의 주류적인 견해를 형성하였다.
한편 한국근대불교를 대표하는 강백인 석전(石顚, 1870-
1948) 스님은 한국불교의 전통적 강원교육을 재편하는 중앙
학림을 세우는 데 노력한 분이다. 스님께서 세운 교과과정을
보면, 그 가운데 유식학과 인명학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이는 당시 동아시아 불교계
전반에 유행했던 흐름이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 주목
되는 부분이 바로 『종경록』
이 교과 과목의 하나로 들
어가 있는 점이다. 이는 아
마 『종경록』이 당시 불교계
에 필요했던 내용과 관점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으로
석전 스님 생각된다. 그런 관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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