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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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이토록 쩨쩨하고 비열하다. 지행일치(知行一致)는 윤리학
                에서 주로 이용되는 담론이다. 욕망으로 점철된 인생에서 도
                덕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기란 얼핏 매우 어려운 일로 보인

                다. 그러나 사람은 알고 보면 자유자재로 지행일치를 실천하
                는 편인데, 아는 만큼 도둑질하고 아는 만큼 남을 괴롭히는
                데는 너무나 능숙한 까닭이다.
                  희대의 현자라고 해서 죽음을 알 수 있을까?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천명 (天命)을 알 수 있
                을까? 인간의 뇌는 진실이 아니라 철저하게 생존에 목적이 맞
                춰진 채 구성되어 있다는 전언이다. 앎이란 결국, 자기가 본
                대로 혹은 편한 대로 믿는 것일 뿐이다. 오직 모르는 마음이

                어야만 겸손해질 수 있고 따뜻해질 수 있다. 앎은 나를 가둔
                다. 안다는 단정과 착각을 버려야 또 다른 ‘나’들이 내 마음에
                기대어 쉴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더욱 자란다.



                  ●
                  제70칙

                  진산이 성품을 묻다(進山問性, 진산문성)


                    진산주 :  생(生)의 성품과 불생(不生)의 성품을 분명히 아
                           는 이가 어찌하여 생에 꺼들리는가?
                    수산주 :  죽순은 언젠가 대나무가 되겠지만 아직은 대나
                           무가 아니지.

                    진산주 : 그대는 마침내 깨달을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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