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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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이든 신념이든 통념이든, 욕심이든 앙심이든 심지어 진심
                 (眞心)이든, 늘 생각이 화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게 마음인
                 데 무엇을 마음이라고 할 수 있나. 실체도 없는 마음인데 어

                 떻게 남에게 보여줄 수 있나. 생각은 나의 흔적일 뿐 나의 본
                 질이 아니다. 밥을 먹으면 밥 생각이 뚝 떨어진다. 부처는 생
                 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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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9칙

                   남전의 암소(南泉白牯, 남전백고)


                     남전보원(南泉寶願)이 대중에게 일렀다.
                     “삼세의 부처님은 알지 못하는데 살쾡이나 암소는 알고
                     있느니라.”



                   완전한 지혜를 갖췄다는 부처님이라손 살쾡이나 암소의
                 삶을 알 수 있을까? 이는 부처님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단지
                 당신이 살쾡이나 암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한
                 계다. 그들처럼 피 묻은 날고기나 생풀만 먹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고, 네 발로 걸어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살
                 쾡이와 암소의 삶이라는 조건에선, 살쾡이와 암소가 최고의
                 권위자이자 심지어 부처님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그것의 이용가치를 안다는 것이다. 누

                 군가를 안다는 건 그의 약점을 안다는 것에 불과하다. 앎이


                 2016. 12.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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