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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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주 :  여하간 나의 소견머리는 이러할진대 그대는 어떠
                            한가?
                     진산주 : 여기는 감원의 방인데 어디가 전좌의 방인가?

                     수산주는 절을 했다.


                   진산주(進山主)는 청계홍진(淸溪洪進)의 별명이고 수산주

                 (修山主)는 용제소수(龍濟紹修)의 별명이다. 둘 다 지장계침(地
                 藏桂琛) 아래서 공부했다. 같은 문중의 사형사제간이거나 동
                 년배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하여 생에 꺼들리는가?’ 수산
                 주에 대한 진산주의 핀잔에선 아마도 수산주가 못난 짓을 하
                 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다. 돈에 욕심을 냈다든가, 누군가

                 를 헐뜯었다든가, 앓는 소리를 했다든가 등등 아무튼 실존(實
                 存)의 비린내를 들켰으리라.
                   수행자로서 무척이나 속상했을 법한데 수산주의 반응은
                 자못 겸손하다. 자기는 다 자란 대나무가 아니라 그저 죽순

                 의 수준이란다. 제대로 걸려들었고 이겨먹었다는 생각에 진
                 산주는 으스댄다. ‘너도 언젠간 나처럼 어른이 될 거야.’ 형이
                 동생의 머리는 쓰다듬으며 우쭐대는 꼴이다. 도저히 못 참겠
                 던지 수산주는 다시 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그러는 너

                 는?’ 대개 중생은 상대를 무시하거나 깔아뭉갬으로써 마음을
                 정화한다. 방귀 뀐 놈이 똥 싼 놈을 못 당하는 법이다.
                   감원 (監院)은 암자의 주지라고 할 수 있으며 전좌(典座)는
                 음식과 이부자리를 담당하는 소임이다. 감원이 전좌보다 높

                 다. 곧 진산주의 뻐김은 알아서 기라는 능멸일 수 있는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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