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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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도덕성과, 죽음의 공
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종교성을 갖추고 원초적인 욕망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 영혼의 담지자로 설 수 있음을 은유하고 있는 것
이다. 태초에 억압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반도덕론자는 아니었지만, 도덕이나 종교와 같은 사회적 규
범에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특히 종교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무신론
자로서, 신은 인간의 억압된 욕망이 투사된 것으로 보았다. 일체의 사회적
규범은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억압의 기제를 내면화함으로써 영혼은 비로소 완성된다.
고난으로 은유되는 억압의 과정을 잘 통과한 영혼(프시케)이라야 비로소 욕
망(에로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태초에 욕망이 있었다. 그리고
억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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