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P. 107
嶺頭脚痛有玄沙(영두각통유현사)
잿마루에서 다리 다친 현사玄沙가 있네
- 장구성(張九成. 1092~1159), 개구리 한 소리[一聲蛙]
현사玄沙는 복건성福建省의 성도省都인 복주福州에 있는 산이름이다. 당
나라 사비 스님은 현장 포교를 펼친 현사산이라는 산의 이름[山名]을 법호
로 삼았다. 현사사비(玄沙師備. 836~908)는 ‘비두타備頭陀, 즉 두타제일’라고
부를 정도로, ‘집중수행의 선봉’으로 꼽혔다. 4구句엔 깨달음의 동기를 담
았다. 현사가 스승인 설봉선사 문하에서 공부하다 여의치 않아 행각行脚에
나섰다. 그런데, 길 가던 도중 돌뿌리를 걷어차는 과정에서 ‘서슬(sharp
edge)’에 다리를 다쳤다.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터진 ‘고통 소리’에 번개 같
은 깨달음이 일었다. 작가인 장구성張九成은 송나라 때, 시랑侍郞 즉 차관급
인사였는데 ‘뜰 앞 잣나무[庭前柏樹子]’를 화두로 공부했다. 앉으나 서나 늘
생활 참선을 하던 중 화장실에서 ‘개구리 소리(蛙聲)’를 듣고 깨우쳤다. 현
사와 장구성의 깨침 동기는 ‘소리sound’에 있다. ‘성문성각聲聞醒覺’이다. 현
사는 자신의 통증소리에, 장구성은 개구리 소리에 홀연忽然 득도했다.
通身是口掛虛空(통신시구괘허공)
온 몸 입이라 허공에 걸려
不管東西南北風(부관동서남북풍)
동서남북 어느 바람 가리지 않고
一等與渠談般若(일등여거담반야)
한결 같이 그를 위해 반야를 설하니
滴丁東了滴丁東(적정속적정속)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