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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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땡! 땡그랑 땡!
-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풍경風鈴
색청色聽, 즉 색채청각이 있다. 음파가 귀를 자극할 때, 소리뿐 아리라
색상을 함께 느끼는 공감각共感覺이다. ‘감각전이感覺轉移’라고도 하는데,
환각幻覺과는 전혀 다르다. 환각은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마치 어떤 사물
이 있는 것처럼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각 현상’은 ‘현대 뇌과학’이 입
증하고 있다. 통상 시각은 ‘2차 감각’인 경우가 많다. 청각과 후각, 촉각, 미
각 등이 ‘1차 감각’을 일으키고, 연쇄작용으로 ‘2차 시각 이미지’를 떠올리
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공감각 능력’은 성인 보다 연소자가
더 예민하고 강하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근·식·경根·識·境’ 역시
‘뇌인식’을 반영한다. ‘근·식·경根·識·境’이 스스로 상호 작용한다는 일
반인식과는 다르다. 눈으로 직접 봤다고 하지만, 정작 눈은 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눈은 창문窓門에 불과하고, ‘뇌가 인식한 이미지’를 ‘눈으로 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각 역시 마찬가지다. 풍경소리를 들었다고 하지
만, 귀가 들은 것은 없고 ‘뇌가 인식한 것’을 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남송의 천동여정天童如淨 선사는 65세의 일기로, 당시 기준으로는 비교적
장수했다. 선시禪詩 ‘풍령風鈴’은 선시 중 백미로 꼽힌다. 반야송般若頌이라고
도 부르는데, 무정설법無情說法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생명이 없는 중생이
설하는 진리의 소리가 오롯하다. 정취靜趣를 보면, 풍향과 풍속에 따르는 금
속 발성金屬發聲이 허공에 향해 샘물처럼 음향音響을 뿜고 있다. 제 호흡 한
자락 없어도, 하늘과 땅 사이에 숨결을 새기는 ‘기연機緣’이 아닐 수 없다! 그
런데 풍령風鈴의 속성엔 ‘언어의 의미’와 같은 ‘바람과 교감력’이 있는지, 매
순간 마다 그 소리를 그대로 공감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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