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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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서 음식을 받는가. 사문이 되어가지고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
              이렇게 소문이 나자 부처님께서 대중을 불러놓고 그 비구니를 책망하신
            뒤에 비구니들을 위한 계율을 정하셨다. ‘비구니는 음심을 가진 남자에게

            서 음식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비

            구니들은 상대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느끼면 감히 밥을 받지 못했다. 게다
            가 비구니에게 음심을 갖지 않는 남자가 드물어서 비구니들이 밥을 굶게
            생긴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비구니들을 소집하여 그 조항을

            수정했다. ‘비구니 자신이 음심을 가진 채 음심을 가진 남자에게 음식을 받

            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일단락 된 듯했으나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어떤 비구니가 걸식을 나갔다가 밥을 주는 남자를 보고 음심을 일으켰
            다. 그 남자도 보아하니 그런 것 같았다. 밥을 받긴 받았으나 돌아오는 길

            이 영 편치 않았다. 계율을 어기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어서 그 밥을

            다른 비구니에게 넘겼다. “이 맛있는 걸 어째서 먹지 않고 나를 주느냐?”
            고 물으니, “계율을 어길까봐 두려워서 그런다”고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밥을 받은 비구니는 “너에게 두려운 거라면 나에게도 두려운 일이지.” 하

            면서 그 문제를 부처님께 들고 갔다. 다시 소집회의가 열렸고, 결론이 났

            다. “자기 손으로 받지 않은 건 문제될 게 없다. 남이 먹는 건 허락한다.”
              한편, 아까 그 예쁜 비구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못내 아쉬웠던 장사꾼은
            ‘짧은 시간에 너무 서둘러서 일을 망쳤다’고 패인을 분석한 뒤에 ‘오랫동안

            공을 들이면 뜻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2차 작업에 들어갔다.

            그 비구니를 찾아가서 지난 일을 사과하고 참회를 받아달라며 음식을 내
            민 것이다. 비구니는 “당신 때문에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그 일로 계율까
            지 정해졌는데 어째서 또 다시 수모를 겪게 만드느냐”며 남자를 매몰차게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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