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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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죽음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의 불안 불편으로부터 벗어나려 몸부
림친다. 다음 글을 잠시 보자.
“LIFE IS LIKE THE SEA. … ETERNAL. YET THE LIFETIME OF
EVERY WAVE IS BUT AN INSTANT. ALL I ASK IS… LET ME LIVE
MY FULLEST BEFORE I CRASH TO THE SHORE”(삶은 바다와 같은 것.
… 영원한 것. 그러나 파도의 삶이란 한 순간일 뿐. 나의 바람이란 내 삶을 마지막까지 온
전히 사는 것. 해안에 부딪혀 부서지기 전까지). - 미국 일리노이주 서든 일리노
이 대학 내의 호수 가 비석에 새겨진, 22세로 요절한 대학생 Gary D.
Morava(1952∼1974)가 학창시절에 쓴 시이다. 파도로서의 삶, 해안에 가서
부서지기 전에 최대한으로 출렁거려 보고 싶은 삶의 힘. 이처럼 삶은 주어
진 시간 내에 남김없이 태워야 할 불꽃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왠지 죽음에
대한 콤플렉스, 유한한 삶을 구박하고 닦달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시간
에 대한 저항, 혹은 일탈. 아니면 의도적 망각 혹은 삭제를 원하는 인간의
얄팍한 마음들. 시간의 불안은 버리고, 공간은 덜 불안하니 그대로 두고.
뭐 이런 식이면, 둘 사이의 교란-어긋남-삐걱거림은 당연하다. 이것은 현
재 우리 삶의 분열을 의미한다. 예컨대 현대예술에서는 원-원형과 사각-
사각형의 형태 사이에 분열이 현저하다. 아닐라 야페는 말하듯이, “거의
관련이 없거나 대체로 엉성한 배치 속에서만 등장한다. 원과 사각형의 분
리는 20세기 사람들의 마음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현
2)
대인의 영혼은 뿌리를 잃고 분열의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이에 동
2) 아닐라 야페, 「시각 예술에 나타난 상징성」 속의 ‘원의 상징’ 부분을 참고하였다. [카를 G 융 외 지음,
『인간과 상징』, 이윤기 옮김, 서울:열린책들, 2011,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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