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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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석 교수(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가 편저한 『중국의 불교문화』에 따르면
중국의 수많은 위경僞經 가운데 『상법결의경』이 있다. 불교계의 개혁을 주
장한 경전이다. 북위 말기부터 북주의 폐불(574∼579)에 이르는 6세기 중엽
에 저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경전은 상법시기 불교계에 나타나는 승속
의 타락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무분별한 조탑造
塔・조상造像・사경寫經 등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이타적 대승불교의
실천을 강조한다. 아울러 사회개혁의 완성도 이룰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경전으로 『범망경』은 남북조시대 임금의 비법非法과 승려들의
비행을 바로 잡으려고 만든 것으로 10중계와 48경계를 주장했다. 따라서
계율을 취급하는 경전으로 분류됐다. 어쨌든 이들 경전들은 잘못 가고 있
는 중국불교를 바로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것이 중국불교의 독창성을
확보하고 중국불교의 성격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불교의 위
경은 정법불교에 배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불교의 활로
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독자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불교는 무엇보다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류가 아닌 본류로 살
기 위해선 흉내 내기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원효 성사나 성철
대선사와 같은 기라성들이 줄줄이 배출될 수 있다. 그러려면 손가락 정도
가 아니라 온몸을 파괴하는 아픔을 감내해서라도 한국불교를 새로이 열어
가야 할 것이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
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
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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