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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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상을 이해하면 대승불학의 주요 기초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런 만큼 『중론』은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다. 문장은 짧고 의미는 다층적·
다면적이다. 하나의 게송과 한 장章만 보아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
다. 전체를 보며 하나하나 짚어가야 비로소 독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해독
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중론』의 주지主旨는 공空사상의 선양이다. 27품 전
체가 공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과 논증을 전개한다.
그리하여 인因과 연緣의 결합으로 출현한 모든 존재에게는 상주常住·불변
不變하는 자성(自性. svabhāva)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sva는 자기,
bhāva는 존재 혹은 존재물을 가리킨다. 자성이란 다른 어떤 물건에도 의
존함이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자기 안에 자기의 존립 근
거를 모두 구비하고 있는 존재다. 따라서 자성은 절대성(絶對性. 상대적인 것
이 아님)·불분성(不分性. 나눌 수 없음)·불멸성(不滅性. 변화할 수 없음)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세간의 모든 사물은 다양한 인因과 연緣의 결합에
의해 출현한 존재, 항상 변화 속에 있을 뿐 불멸하는 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기 존재의 본질本質을 결정하는 자기自己’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이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의 하나다. 자성을 부정하는 것이 공의 함의涵
義이며, 공은 곧 무자성無自性을 의미한다. 『중론』이 밝히고자 하는 것도 바
로 이 공과 무자성의 도리道理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공과 무자성의 의미를 밝힐 것인가? 『중론』은 귀
류법歸謬法이나 부정법否定法으로 이를 증명한다. ‘어떤 명제[a]’가 참·진리
임을 직접 증명하는 대신, ‘그 거짓 명제[~a]’가 참이라고 가정하여 그것의
불합리성을 증명함으로써 ‘원래 명제[a]’가 참·진리임을 보여주는 간접 증
명법이 귀류법이다. 예를 들어 자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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