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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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언어로 말하는 순간 상대적 세계에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한
           다. 상대적 세계의 진리 즉 세속제世俗諦도 참이기는 하나 절대적 세계의
           진리 즉 승의제勝義諦는 아니다.




             물아동근物我同根과 촉사이진觸事而眞의 진정한 의미


             공사상을 오해한 대표적인 예가 『조론·부진공론不眞空論』에 나오는 ‘물

           아동근物我同根’과 ‘촉사이진觸事而眞’에 대한 해석이다. 구마라집이 409년

           중론을 번역한 뒤인 410년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중도사상을 알리기 위해 승
           조가 쓴 글이 「부진공론」이다. 그런데 흔히들 ‘물아동근物我同根’을 ‘만물과
           나는 같은 뿌리에서 생겼다’거나 ‘만물과 나는 일치한다’고 해석한다. 그리

           고 ‘촉사이진觸事而眞’을 ‘현실의 사물과 접촉하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런 식의 도교적 해석은 불교와 전혀 맞지 않다. ‘물아동근物我
           同根’의 물은 외경外境 즉 인식대상을 말한다. 아我는 인식주체 즉 반야지혜
           를 가리킨다. 공사상에 의하면 만물도 공空이고 인식주체인 반야도 공空하

           다. 그래서 “만물[物·境]과 반야[我]의 본성은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 물

           아동근의 진정한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성이다. 둘 다 공성적空
           性的인  존재이기에  본성이  일치하는  것이다.  ‘촉사이진觸事而眞’에서
           촉觸은 ‘이해하다’ ‘깨닫다’는 의미다. ‘다가가다’는 의미가 심화된 것이다.

           진眞은 비유비무의 중도를 가리킨다. 따라서 “사물의 본성인 공성을 정확

           하게 깨달으면 그것이 바로 비유비무인 중도 즉 진리에 계합하는 것이
           다.”가 ‘촉사이진’의 진정한 의미다. 사물과 접촉한다고 사물과 부딪힌다
           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를 그렇게 간단하게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상은 전혀 반대다. 사견邪見에 사로잡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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