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P. 18
[1]먼저 모든 사물은 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2]그런데 자성이 존
재한다면 모순이나 곤란에 직면하게 된다. [3]이런 모순과 곤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은 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포기해야만 된다. [4]
그 결과 모든 사물에는 자성이 없다는 즉 무자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귀류법과 부정법
부정법은 어떤 질문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반이란 A인
가?” “아니다.” “그럼 B인가?” “그것도 아니다.” ……. 이런 식으로 계속 부
정해 가거나 혹은 솎아내 버리면 남는 것이 답이 된다. 『중론』 첫 머리에 나
오는 소위 팔불중도八不中道가 대표적인 예다. “연기하는 법法은 소멸하는
가?” “아니다.” “생겨나는가?” “아니다.” ……. 결국 “소멸하지도 생겨나지
도 않고, 끊어지지도 항상 있지도 않고, 동일하지도 다르지도 않으며, 오
지도 가지도 않는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연기법의 특징이다.
부정법은 다른 말로 차전법遮詮法 - 반대말이 표전법表詮法이다 - 이라
고도 한다. 차전법에 대한 설명은 당나라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이 지
은 『선원제전집도서』(권하지일卷下之一)에 상세한 설명이 있다. “여섯 번째
차전·표전이 다른 것이다. 차遮는 아님을 제거한다는 의미며 표表는 그러
함(옳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차는 또한 여타의 것을 완전히 가려내는(제거
하는) 것이며 표는 당체當體를 직접 드러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경전
에서 ‘진실하고도 오묘한 이성理性은 생겨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으며, 모습도 없
고 만들어진 것도 없으며, 평범하지도 않고 성스럽지도 않으며, 본성도 아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