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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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서의 분별습기가 현행한 요별작용)이 상분(유근신, 형상, 이름)을 분별한 것이다.
거실에서 일어나 앉아, 거실에서 잠을 잔 이유를 잠시 생각해볼 수 있
다. 어제 밤에 비좁은 침실을 보면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넓은 거실에서
잠자기로 생각했었다는 점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렇게 어제의 생각을 지
금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어제의 나의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저장되었
기 때문이다. 이런 저장의 기능을 갖는 것이 자증분(자기의식)인데, 이것은
견분의 상분 요별작용을 매순간 동시적으로 저장한다. 마치 타이핑되는 원
고를 컴퓨터가 매순간 동시적으로 저장하는 것과 같다. 자증분은 우리에
게 기억에 토대로 한 앞뒤로 일관된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 반면에 일관된
삶을 붕괴시키는 것은 제7말라식(자아의식, 에고의식)이다. 아뢰야식은 우리
가 깨어 있을 때건 잠을 자고 있을 때건 늘 활동한다고 한다. 우리가 잠을
잘 때에도 살아 있고 신진대사작용이 이뤄지듯이 말이다. 그러나 잠 속에
서도 아뢰야식이 인식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은해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철학박사, 성균관대 철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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