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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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기행 4 - 법정 스님 계신 곳으로 3
“완전한 포기가 있어야 한다”
최재목 | 영남대 교수·철학
88고속도로를 달려 대구에서 ‘부처의 빛’이라는 이름의 암자 ‘불일암佛
日庵’으로 향한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상과대를 다니던
중 출가한 법정스님은 효봉曉峰 스님을 은사로 절 생활을 시작한다. 효봉
은 “니는 부처님 가피로 세상에 태어났으니 불법인연이 참으로 크다. 부
디 수행을 잘해서 법의 정수리에 서야 한다.”며, 법명을 법정法頂으로 내
렸단다. ‘정수리’라.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말하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의 ‘정수박
이’(정수리의 강원도 사투리)다. 인간과 사물의 제일 꼭대기 부분을 말한다. 핵
심-정곡-본질을 가리킨다. ‘불법의 정수리’라는 법명의 ‘법정’. 그리고 ‘부
처의 빛’이라는 암자 이름 ‘불일암’은 서로 통한다.
송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뿔싸 벌써 오후 4시다. 참배시간이 ‘오전
8시~오후 4시’이니, ‘이미 늦었다’는 불안감이, 살짝 든다. 산길 1.5km정
도, 약간 가파르다 한다. 쉬엄쉬엄 30~40분은 걸어 올라야 할 듯.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터벅터벅 불일암으로 가는 ‘무소유길’을 걸어 오른다.
요즘 나는 맨발로 걷기에 열중이다. 맨발은 대지와 하나 되는 연습이다. 발
의 촉각으로 대지를 읽을 수 있다. 땅의 성격과 소리, 우둘투둘하거나 거
친 땅의 성정性情과 교감한다.
길을 걸을 때는, 입간판이나 현판의 글씨들을 잘 읽어야 한다. 세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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