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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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별자리를 진주와 옥 장식으로 삼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으려 하니,
나의 장구는 이미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닌가?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태겠느
냐?” 그러자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먹
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다시 장자가 말하였다. “땅 위에 놓아두면 까마귀
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땅 아래에 묻으면 개미들이 먹을 것이다. 이쪽 놈
이 먹는다고 그것을 빼앗아 딴 놈들에게 주는 셈이다. 어찌 그렇게 편벽되
게 생각하느냐?”(『장자莊子·열어구列禦寇』)
생사를 넘어서는 것은 시공간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상대적 세속의 세
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절대의 세계는 비어있다. 거기로 들어가려면, 다
놓아두고, 텅 비워야 한다.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기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
런 연습을 해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 2)
법정 스님은 시간에 예민했다. 특히나 예전 시계에서 흔히 듣던 그 째
깍대는 시침 움직이는 소리나 시끄러운 괘종시계 소리를 싫어했다. 어린
시절부터 스님은 시계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불일암에 살 때
에도 그랬다. 아무리 디자인이 맘에 드는 시계라 하더라도, ‘째깍 째깍’ 소
리가 나면 모두 산 아래로 내려 보내거나 소리가 나지 않게 건전지를 빼두
었다고 한다. 시간에 붙들림-묶임을 벗어나 ‘시간 밖에서’ 살고 싶었던 것
3)
이다.
2) 법정, 「놓아두고 가기」, 『아름다운 마무리』, (문학의 숲, 2008), p.63.
3) 법정, 『오두막편지』, (이레, 2002), pp.22~2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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