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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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사는 삶, 초연히 단독자가 되는
삶은 곧 홀로 서는 것이다. “‘홀로’라는 말은 어디에도 매이거나 물들지 않
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이고, 그 무엇에도 흔들
4)
리지 않음을 뜻한다.” 홀로가 되는 자발적 고독은 자유를 위한 것이다.
마음의 가난 즉 무소유를 향한 것이다. “무소유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
로워지는 것이다. 흔히 무소유를 물질을 갖고 안 갖고의 관점에서 이해하
는데, 무소유란 물질 위주의 생활에서 존재 중심으로 이동하라는 뜻이
5)
다” 소유적 삶에서 존재적 삶으로의 이동은, ‘가지려는 마음’에서 ‘모든 있
는 것들과 함께 있고-마주하며-바라보고-즐거워하는 마음’ 상태로의 이
동을 뜻한다.
완전한 자포자기, 단순성, 창조적인 아름다움
불일암의 후박나무 아래 ‘법정 스님 계신 곳’과 마주한 암자 벽에는, 스
님이 웃는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아래 유명한 빠삐용 나무 의자. 그 위에 방
명록과 기념용 책갈피가 있다. 유독 눈에 띄는 뒤꿈치 부분이 살짝 헤진 흰
고무신. 살짝 눈물이 난다. 십리길 신작로를 걸어 통학하던 내 어린 시절
의 검은 고무신도, 읍내 시장 길을 걷던 내 할머니의 흰 고무신도, 가난했
던 시절 시골길의 모든 신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신발의 아
우라는 모두 복제가 불가능한, 유일한 것이다. 법정 스님의 흰 고무신에서
4) 법정, 『오두막편지』, (이레, 2002), p.86.
5) 법정 스님, 『간다, 봐라』, 리경 엮음, (김영사, 2018),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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