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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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책의 향기[文香滿室]
역경譯經, 동아시아 불교의 모태母胎
화중우火中牛 | 불교학자·티벳불교
십육국 시대(304∼439)의 한 시기를 장악했던 전진前秦(350∼394)의 황제
1)
부견(符堅. 338∼357∼385) 이 376년 감숙성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전량前涼
(314∼376)을 멸망시켰다. 세력이 점차 서역 일대(지금의 신강성)까지 미쳤다.
서역에서 장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서역 너머로 구법행求法行에 나서
려는 사람들의 왕래가 한층 자유로워 졌다. 장안에 오는 역경승들의 발걸
음도 덩달아 많아졌다. 이러한 때인 379년 양양에서 장안으로 오게 된 도
안은 382년부터 본격적으로 번역에 나섰다. 385년 도안의 입적으로 사업
은 그쳤다. 짧은 3∼4년 사이 중요한 아비달마 계열의 경논經論들이 관중關
2)
中지방 일대에 상재上梓됐다. 안세고 이래 초기 역경승들의 노력으로 적
지 않은 경전과 논서論書들이 이미 중국에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마라집(344∼413)이 장안에 들어와 경전들을 번역하기 전까
지 중국불교인들은 대·소승을 변별辨別하려는 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
1) 맨 앞의 숫자는 태어난 해, 가운데 숫자는 황제에 즉위한 해, 마지막 숫자는 타계한 연도를 각각 나타
낸다. 이하 동일하다.
2) 당나라까지 중국 문화의 중심이었던 장안(현재의 섬서성 서안) 일대 즉 위수분지 지역을 가리킨다. 동쪽의
함곡관函谷關, 서쪽의 대산관大散關, 남쪽의 무관武關, 북쪽의 소관蕭關 등 4개 관문이 둘러싸고 있는 지
역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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