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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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십육국 시대 당시 양자강 이북은 분열과 전쟁·전쟁과 분열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하나의 나라가 세워지고 멸망할 때까지 그리 많은 시
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라가 이러한 데 개인의 생명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
다. 지속적인 전쟁이 일상日常인 시대에 태어난 대중의 생활이란 항상 불
안에 시달리는 삶 바로 그것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사회적 동
요에 휩쓸려야 하고, 개인적 불안을 겪어야 한다. 높은 관직에 있다고 목
숨이 위태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억만금이 목숨을 보장해주고 연장해주
는 부적符籍도 아니다. 어제는 한 나라의 재상宰相이었다 오늘은 노비로 전
락하는 급락急落과 죄인이었다 한 나라의 고관으로 출세하는 급등急騰의
삶을 혼란·분열·전쟁 속에서 생생히 목도한 백성들은 운명과 행운을 믿
게 되었다. 당시 최대의 행운을 가져다 줄 신은 옥황상제玉皇上帝나 태상노
군太上老君이 아니었다. 그들의 신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다.
믿을 곳이 불교 이외에는 없었다. 특히 승복을 입은 신이승神異僧들은 살
아있는 붓다로 대중들의 열렬한 귀의처가 됐다. 군주들에게는 전쟁의 승
패를 예견해주고, 백성들에게는 안심安心과 행운을 가져다준 불도징·담
무참 같은 신이승들은 역경을 지원하고 불교를 후원했던 십육국의 군주들
과 함께 불교가 중국을 정복하는 과정에 중요하고도 선도적인 역할을 했
다. 혼란의 시대를 맞아 불안으로 흔들리던 백성들을 안심시켜 불교의 자
항선慈航船에 태운 사람들이다. 이들로 말미암아 불교의 내포內包는 깊어졌
고, 외연外延은 넓어졌다.
역경과 외국 출가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중국불교 발전을 견인한 것은
중국인들(출가자·재가자)의 노력이었다. 불교를 위해 목숨을 버린 이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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