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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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하는 실체적인 존재지만, 윤회의 주체인 인아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 설일체유부의 주장이다. 아我는 단지 오온이 집적된 임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아비달마대비바사론서序』에 있는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모든 존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실물이 있는 것으로 온·
계 등이다. 다른 하나는 임시로 존재하는 것으로 남자·여자 등
이다.” 35)
오온·십이처·십팔계는 실체가 있는 존재이고, 남자·여자는 임시적
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설일체유부에 따르면 색온·수온·
상온·행온·식온·안근·이근·비근·설근·신근·의근·안식·의식
등은 진실로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몸은 오온이 임시로 합해져 존재하는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잡아함경』에서는 단지 번뇌를 끊는 수행을 위해 일
체법을 오온·십이처·십팔계로 나누어 관찰했을 뿐, 오온 자체가 실체
적實體的 존재는 아니었다. 부파가 분화되고, 경전에 대한 해석과 이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논서가 발달하는 과정 등을 거쳐 『아비달마대
비바사론』에 이르러, 오온·십이처·십팔계는 실제로 있는 존재 즉 ‘불변
하는 실체’를 가진 자성自性적인 법체法體로 위상位相이 격상되고 말았다.
이것만이 아니다. 인因과 연緣도, 열반도, 과거·현재·미래도 실체적인
존재라고 설일체유부는 주창한다.
35) “然諸有者, 有說二種: 一實物有, 謂蘊界等. 二施設有, 謂男女等.” T.27-p.42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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