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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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의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을 획정한 후 법상과 법상 사이의 상섭相攝·
상응相應 관계를 천착한 본모의 분별적 연구가 낳은 결과물이다. 경과 율
을 암송하기 편하도록 온·처·계로 구분해 만든 ‘본모(법상)’가 일체법을
포괄하는 5온·12처·18계로 의미가 확대되고, 5온·12처·18계는 다시
5위67법으로 법상이 보다 세밀하게 나누어진 뒤, 5위67법 개개는 마침내
항상 실존하는 실체적인 존재 즉 ‘일체법의 본체本體인 법체法體’이자 ‘불변
하는 실체를 가진 자성自性’이 되었다.
자성의 존재는 붓다의 무아·연기의 가르침과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것
인데, 설일체유부는 왜 자성을 이렇게 감쌀까? 자성이 무아를 뒷받침하고
46)
있기 때문이다. 무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과정에 자성이 등장했다.
특히 인무아人無我를 설명하고자 자성·법체·극미를 만들었다. 오온·십
이처·십팔계·5위67법 가운데 인아人我에 속하는 주체는 없다. 사람의
현실적인 생명은 단지 5위67법의 조합 혹은 오온의 화합에 지나지 않는다.
오온·십이처·십팔계·5위67법의 실체성實體性을 승인하면 과거·현
재·미래도 자성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된다. 오온·십이처·십팔계·5위
67법이 삼세에 걸쳐 실재實在하는데, 어떻게 과거·현재·미래를 실체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붓다의 가르침인 무아를 설명하고 논
증하려다 자성·법체의 존재를 인정하고 말았다. 설일체유부가 인아人
我를 부정하고 법아法我를 극력 인정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알
수 있다.
46) 呂澄著, 『印度佛學源流略講』, 上海:世紀出版集團, 2005,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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