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18년 10월호 Vol.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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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이야기 5



                                  세 가지 성품



                                                 정은해 | 성균관대 초빙교수·철학





             1. 유식 불교에는 삼성론三性論이라는 것이 있다. 성품이 세 가지라는 논

           의이기도 하고, 참된 성품은 세 가지가 아니라는 논의이기도 하다. 세 가

           지 성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비유를 들어 이해를 도와왔다. 마麻, 노
           끈, 뱀이 3개의 성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어둑해진 저녁에 길을 가던 한
           사람이 뱀인 듯한 것을 보게 되어 깜짝 놀랐다. 도망치려다가, 멈춰서 지

           켜보니, 뱀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니, 그것은 노끈

           이었다.
             무서워 도망치려고 한 뱀은 정감情感의 대상이니, 우리가 변별하고, 계
           산하고, 가지려하거나 피하려고 하면서 집착하는 대상이다. 대상의 이러

           한 변계되고[遍計] 집착되는[所執] 상태[性]를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고 부

           른다. 뱀이 아니라고 확인된 노끈은 우리가 가지려고 할 만한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할 만한 것도 아니니, 정감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사람
           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자 짐을 묶는데 쓰이는 것이니, 사람이나 짐 같은 타

           자들에 대해 의존하여 생긴 대상이다. 대상의 이러한 타자[他]에 의존[依]하

           여 생기한[起] 상태[性]를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고 부른다. 생각이 더 깊은
           사람은 마麻에서는 노끈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것

           이다. 마麻로부터는 마승(麻繩, 삼의 껍질로 꼰 노끈)만이 아니라, 마자(麻子, 삼
           의 씨), 마발(麻勃, 삼의 꽃이나 꽃가루), 마포(麻布, 삼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 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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